피오나는 항상 여린 소녀 같은 이미지였어요.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리고, 속옷 차림에 백합 꽃밭에 있는 그런 느낌이었죠. 그런데 어느 날, 그녀가 그런 이미지를 벗고 전사의 모습이 되고 싶다고 하더군요. 저는 “좋아, 멋진데?”라고 했죠.
그래서 우리는 한낮의 스튜디오에서 진짜 카멜롯 같은 촬영을 준비했어요.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링, 배경, 떨어지는 장미 꽃잎, 칼에 묻힌 가짜 피, 케이터링과 스태프들, 매니저들까지. 그러나 촬영이 길어지자 매니저가 초조해하기 시작했어요.
결국 매니저가 폭발하더니, “지금 당장 가야 하고, 지하철 말고는 방법이 없어요”라고 했어요. 마침 뉴욕의 러시아워였고, 그녀는 뉴저지에서 공연이 있었죠. "갑옷을 입고 지하철을 타겠다고요?"라고 제가 묻자, 피오나는 "그게 더 멋질 것 같아!"라며 흔쾌히 대답했어요.
저는 급히 카메라를 잡아들고 와이드 렌즈, 핫슈 플래시, 초록색과 마젠타색 젤 필터, 100 스피드 크롬 필름을 챙기라고 외쳤죠. 우리는 그녀를 검과 함께 개찰구를 통과시켰어요. 뉴욕 시민들은 역시나 피오나의 모습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무심하게 지나갔어요.
우리는 다섯 정거장 동안 필름을 미친 듯이 찍었고, 결국 지하철에서 찍은 이 즉흥 사진이 잡지에 실렸어요. 스튜디오에서 완벽하게 준비한 촬영은 사라졌고, 플래시와 1/15초 셔터 속도로 찍은 이 엉성한 이 사진이 오히려 주목받았죠.
“무슨 일이 일어날진 정말 알 수 없는 일이에요."
-The Moment it Clicks” by Joe McNally-
Source: Joe McNally / Fiona Ap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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