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몸을 뒤로하고 소주에 몸을 맡기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런 날엔 못생긴 ‘쭈꾸미’를 잡아먹는 것이 최고다. 물론 내 주변의 친구들보다는 인물이 훤칠할 테지만…
쭈꾸미는 본래 ‘주꾸미’가 표준어이며, 죽순이 자라나는 봄철이 제철이라 하여 ‘죽금어’라고 불린 데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술집의 넘치는 에너지는 꺼려지고, 고깃집을 가자니 식상할 때는 이것을 먹는 것이 인지상정. 세월이 느껴지는 노포에서 ‘주꾸미’를 구우며, 올라오는 열기에 한 잔을 비운다. 술집과는 다른 느낌의 시끌벅적함이 나의 외로움을 달래준다. 또한 맛있게 익은 이놈을 한 입에 넣었을 때 올라오는 뜨거움과 매콤함은 지친 몸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힘든 세상에 복수하고자 하는 나의 매운 다짐을 상기시켜준다.
열기에 한 잔, 분위기에 한 잔, 친구와 한 잔 그리고 ‘주꾸미’와 한 잔. 마지막으로 나를 위해 한 잔.